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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산수도원에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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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간 통권689호 포덕149(2008)년 2월호<br/><br/>수련소감 · 1<br/><br/>                                    심규한-인내천상설강좌 수강생<br/><br/> <br/><br/> <br/><br/> <br/><br/>천도교 가리산수도원에 다녀왔다<br/><br/> <br/><br/>차는 빠르고 마지막은 언제나 찡하다.<br/><br/>멀리 원장님과 남은 식구들이 손을 흔든다.<br/><br/> <br/><br/>들판의 눈은 녹고 있었다.<br/><br/>서울은 여전했으며, <br/><br/> <br/><br/>낯설었지만 또 익숙한 것이,<br/><br/>무심코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br/><br/>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br/><br/> <br/><br/>가리산에서 나는 <br/><br/>내가 그렸던 삶의 한 전형을 만날 수 있었다.<br/><br/> <br/><br/>도통한 할머니, 조도원 원장님!<br/><br/> <br/><br/>같이 간 기독교 장로님이 지으신 발발이라는 별명은 <br/><br/>아름다운 애칭이 되었다.<br/><br/> <br/><br/>정말 할머니는 작은 체구로 <br/><br/>수도원을 발발발 돌아다니며 수련생들을 챙겨주셨다.<br/><br/> <br/><br/>내가 본 것은 <br/><br/>찬란하고 눈부신 도(道)가 아니었다.<br/><br/> <br/><br/>지극히 평범한, <br/><br/>그러나 위대한 단순과 소박,<br/><br/>그렇게 일하는 자유자재한 한울님을 보았다.<br/><br/> <br/><br/>그렇다,<br/><br/>수련하며 내내 나는 <br/><br/>일하는 한울님 생각을 했다.<br/><br/> <br/><br/>해월신사도 <br/><br/>인제나 정선 어느 산골에서 <br/><br/>저렇게 바쁘게 일을 했을 것이다.<br/><br/> <br/><br/>해월신사를 <br/><br/>발발이 할머니를 통해 느낄 수 있었던 것은 <br/><br/>얼마나 커다란 행운인가?<br/><br/> <br/><br/>발발이 할머니는 <br/><br/>정말 해월신사의 딸 같았다.<br/><br/> <br/><br/>이런저런 명상과 종교에 관심이 많았던 내 눈에도, <br/><br/>천도교의 '시천주' 주문수련으로 깨달음에 도달한 할머니는 <br/><br/>토착종교가 낳은 가장 아름다운 결정으로 보였다.<br/><br/> <br/><br/>먹물 하나로 그렇게 무궁한 글씨를 써내는 것처럼, <br/><br/>할머니는 21자 주문으로 <br/><br/>천리 만리보다 더 먼 마음 길을 다 걸어간 것이었다.<br/><br/> <br/><br/>놀랍고, 부끄럽다, <br/><br/> <br/><br/>발발이 할머니뿐 아니다.<br/><br/>같이 수련했던 삼천포의 아주머니와 할머니들도 <br/><br/>똑같이 일하시는 한울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br/><br/> <br/><br/>땅 위에 발을 딛고 <br/><br/>낮게 낮게 살아온 그분들의 투박함과 수줍음에 <br/><br/>오히려 나는 경건과 두려움을 느꼈다.<br/><br/> <br/><br/>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br/><br/> <br/><br/>땅과 가장 가깝게 살며 <br/><br/>굽은 등걸처럼 투박한 삶과 몸과 말씨에서 <br/><br/>나는 설명 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경건을 느꼈다.<br/><br/> <br/><br/>할머니 원장님의 설법은 참 재미있었다.<br/><br/>일생을 살아오며 보고 겪은 것이 <br/><br/>모두 설법의 재료가 되었다.<br/><br/> <br/><br/>똥도, 호박꽃도, 물동이도, 남편도, 싸움도, 넘침도 부족함도 <br/><br/> <br/><br/>할머니의 입을 통해서 나오면 <br/><br/>푸짐하고 훈훈한 밥 한 솥으로 변했다.<br/><br/> <br/><br/>그렇게 멀고 어렵게 느껴지던 도가 <br/><br/>일상생활속에서 철철 넘치는 것 같았다.<br/><br/> <br/><br/>둘쨋날인가<br/><br/>'마음 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br/><br/>나는 일찌감치 강령(천도교식 종교체험)체험을 포기하기로 했다.<br/><br/> <br/><br/>'마음 쓰기' 그것 하나로 충분했다.<br/><br/> <br/><br/>그동안 마음공부를 한다면서 <br/><br/>내 안의 마음만 탐구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br/><br/> <br/><br/>하지만 마음 길을 내는데 <br/><br/>마음 씀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br/><br/> <br/><br/>길이 걸음으로서 있는 것처럼, <br/><br/>마음은 씀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 <br/><br/>정확하고 탁월한 통찰이다. <br/><br/>진리가 이렇게 쉽다니.<br/><br/> <br/><br/>논두렁 밭두렁, <br/><br/>똥통에 벌써 있었다니.<br/><br/> <br/><br/>거기 돌아다니며 <br/><br/>부지런히 일하며 마음을 제대로 쓰면 <br/><br/>그것이 도와 멀지 않다니,<br/><br/> <br/><br/>이것을 옆에 두고 몰랐다.<br/><br/> <br/><br/>아는 자 모르고, <br/><br/>모르는 자 안다더니.<br/><br/> <br/><br/>그래서 장일순, 김지하, 김용옥 같은 쟁쟁한 이들이 <br/><br/>해월신사께 깜빡 엎드렸던 것인가?<br/><br/> <br/><br/>마음은 샘과 같아서 <br/><br/>퍼서 쓰면 쓸수록 새 물이 솟아난다는 걸 <br/><br/>여러 순간 느꼈다.<br/><br/> <br/><br/>비질을 하며, <br/><br/>걸레질을 하며, <br/><br/> <br/><br/>설겆이를 하며, <br/><br/>신발을 가지런히 놓으며, <br/><br/> <br/><br/>일상의 평정과 성스러움, <br/><br/>그리고 생기를 체험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br/><br/> <br/><br/>비파사나 명상을 하다 올라온 산카라(업덩이) 중 <br/><br/>나를 가장 곤혹스럽고 괴롭게 했던 것이 <br/><br/>결혼 초기 아내와 싸우며 형성한 응어리였다.<br/><br/> <br/><br/>명상이 깊어질 때 간혹 나타나면 <br/><br/>나는 몹시 힘들었고 결국 명상을 중단하기도 했다.<br/><br/> <br/><br/>내 잘못을 참회하고 반성해야 함을 <br/><br/>머리로 알고는 있었으나,<br/><br/> <br/><br/>무의식 깊이 자리잡은 <br/><br/>아내에 대한 원망덩이를 풀어내는 건 참으로 힘들었다.<br/><br/> <br/><br/>간혹 그것이 <br/><br/>일상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걸 발견하는 것도 역시 <br/><br/>씁쓸하고 안타까운 일이었다. <br/><br/> <br/><br/>하지만 마음 씀을 중심으로 <br/><br/>명상의 초점을 맞추면서 <br/><br/>나는 이 문제를 좀더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br/><br/> <br/><br/>참회의 눈물을 비로소 흘렸고,<br/><br/>새로운 문턱을 건너는 기분이 들었다.<br/><br/> <br/><br/>마음을 쓰지 않아 막혔던 것이다.<br/><br/>그리고 마음을 쓰니 그것이 뚫린 것이다. <br/><br/> <br/><br/>아직 무의식 깊이 들어가 <br/><br/>이 업덩이가 어떻게 되었나 점검한 것은 아니지만, <br/><br/>길을 찾긴 찾은 것 같다.<br/><br/> <br/><br/>그리고 며칠 뒤 <br/><br/>나는 두번째 깨달음을 얻었다.<br/><br/> <br/><br/>그것은 연민이었다.<br/><br/>김지하의 애린이라는 말이 떠오른다.<br/><br/> <br/><br/>나는 사람들의 싸움과 <br/><br/>고통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br/><br/> <br/><br/>본래 한없이 맑고 평화로운 마음의 뿌리를 모르고 <br/><br/>서로 헐뜯고 싸우고 괴롭히고 고통당하는 모든 사람과 <br/><br/> <br/><br/>이 세상의 일들을 생각하고 <br/><br/>그들을 위해 기도하니 한없는 연민이 솟았다.<br/><br/> <br/><br/>그때 내 몸은 <br/><br/>어떤 둥근 무엇으로 확장되어 감싸인 듯했고, <br/><br/>나는 그 속에서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br/><br/> <br/><br/>곧 내 안에서 한 생각이 떠올랐다.<br/><br/> <br/><br/>'나(한울님)도 슬프다'.<br/><br/>내가 슬프니 한울님도 슬프다. <br/><br/> <br/><br/>결국 이것이 내 강령 체험이었을까?<br/><br/> <br/><br/>그 순간 수운대신사에게 들렸던<br/><br/>'나 또한 노력했으나 공이 없다'라는 말이 이해되었다.<br/><br/> <br/><br/>이 말은 <br/><br/>객관적일 수 없는 철저히 주관적인 말이었다.<br/><br/> <br/><br/>수운에게 말했던 '나'란 <br/><br/>한울님이자 동시에 수운 자신이기 때문이다.<br/><br/> <br/><br/>차라리 허탈했다.<br/><br/> <br/><br/>연민과 사랑에 집중했던 터에 <br/><br/>강령이라는 생각이 떠오르니 <br/><br/>순수한 연민과 사랑이 흐려지는 느낌이 들었다.<br/><br/> <br/><br/>하지만 한울님과 내가 <br/><br/>분리되지 않은 일체라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br/><br/> <br/><br/>현송하는 주문수행을 하며 <br/><br/>나는 비로소 주문의 맛과 의미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br/><br/> <br/><br/>강령주문의<br/><br/>'지기금지 원위대강'에서는 <br/><br/>'지금 이순간'의 집중된 느낌을,<br/><br/> <br/><br/>본주문 <br/><br/>'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에서는 <br/><br/>'한울님이 움직인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br/><br/> <br/><br/>그러니 계속 주문을 외우며 집중할 때 <br/><br/>내가 상기하는 느낌은 물론 <br/><br/>수없는 망상과 졸음이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지만-<br/><br/> <br/><br/>'지금 이 순간 한울님이 움직인다'의 자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었을까?<br/><br/>거기 길이 있는 듯 싶었다.<br/><br/> <br/><br/>그 동안 수행방법 때문에 <br/><br/>이리저리 기웃거리길 수없이 반복했다.<br/><br/> <br/><br/>또한 주문수행을 탁월한 방법이라고 인정은 했지만, <br/><br/>지적인 방법이 아니기에 약간은 무시했다.<br/><br/> <br/><br/>간디조차 어릴 때 엄마에게서 배워 <br/><br/>신의 이름을 외는 '람람. 이라는 주문을 평생 지속했지만 <br/><br/>그것은 간디의 일이었다.<br/><br/> <br/><br/>하지만 '진아탐구'를 할 때도 <br/><br/>'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를 들고 집중을 하다보니, <br/><br/> <br/><br/>그것조차도 어느 정도 주문수행과 같은 <br/><br/>반복이 필요함을 느끼고 있었다.<br/><br/> <br/><br/>모든 집중은 결국 반복을 필요로 하고, <br/><br/>현송 주문수행은 <br/><br/> <br/><br/>반복의 힘으로 <br/><br/>수행에 집중력을 배가시키는 <br/><br/>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br/><br/> <br/><br/>일단 나는 우리 풍토에서 탄생한,<br/><br/>우리 말과 우리 몸으로 계승된 <br/><br/>천도교의 주문수행에 깊은 매혹을 느끼고 있다.<br/><br/> <br/><br/>더불어 무한한 존경과 사랑을 느낀다.<br/><br/> <br/><br/>특히 천도교의 현송수련 방법은 <br/><br/>고대 비밀의식의 광적 열광과<br/><br/>카타르시스와도 일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 <br/><br/>어떤 의미에서 <br/><br/>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끌어다 쓴 <br/><br/> <br/><br/>카타르시스의 본래적 의미와 기능은 <br/><br/>현송주문수행에서 체험할 수 있는 느낌들과 같을 것이다.<br/><br/> <br/><br/>나는 아직 나와 다른 목소리로 말하는 <br/><br/>한울님의 말을 듣지 못했다.<br/><br/> <br/><br/>그런 강화체험에 매달리는 것은 아니지만, <br/><br/>그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br/><br/>위대한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br/><br/> <br/><br/>일상의 모든 소리를 <br/><br/>한울님의 소리로 들을 줄 알았던 해월신사를 생각하면 <br/><br/> <br/><br/>새삼 다른 목소리를 찾는 것이 <br/><br/>현명한 일은 아닐듯도 싶지만,<br/><br/>속단은 말기로 하자.<br/><br/> <br/><br/>해월처럼, <br/><br/>또 우리 발발이 할머니 원장님처럼,<br/><br/> <br/><br/>수운의 위대한 가르침을 <br/><br/>삶의 일용행사 모든 순간에 구현하고 싶다는 열망을 다시 갖게 되었다.<br/><br/> <br/><br/>어차피 종교는 치유다.<br/><br/>나는 이제 기꺼이 종교가 의학이라고 생각한다.<br/><br/> <br/><br/>그런 의미에서 종교는 <br/><br/>진정한 기복신앙일 필요도 있다.<br/><br/> <br/><br/>자,<br/><br/>그래서 어떻다는 말인가?<br/><br/> <br/><br/>절대적 진리의 교리보다,<br/><br/>우리 자신의 삶이 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br/><br/> <br/><br/>'있음' 자체를 변화시키는 연금술이 <br/><br/>종교인 것이다<br/><br/> <br/><br/>한울사람, 한울님, 마음길, 마음 쓰기, <br/><br/>이런 아름다운 말들을 적극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br/><br/> <br/><br/>또한 아내와 어린 아이들에게도 <br/><br/>존댓말을 써야겠다는 결심을 했다.<br/><br/> <br/><br/>올 한 해 수운대신사는 물론 <br/><br/>해월신사의 말씀과 행적 하나하나를 <br/><br/>꼼꼼히 읽으며 공부하고 싶은 의욕이 생겼다.<br/><br/> <br/><br/>가리산수도원 원장님의 가르침처럼,<br/><br/>부화부순을 명심하고 <br/><br/> <br/><br/>일용행사의 호흡마다. <br/><br/>마음씀을 바로하며, <br/><br/>한울님을 잊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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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자님의 댓글

no_profile 주선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모시고 안녕하세요^_^<br/>신인간 에 게제한글을 북부산교구 선수당님이 수고 하시여 한울마음에 옴겨 두신글 <br/>모시고 넷으로 옴겨 왔습니다<br/>수고하신 선수당님께 감사한마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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