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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면서]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
오피니언 아침을 열면서

[아침을 열면서]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

지난 금요일, 일본대사관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일본의 경제보복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했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릴레이 시위를 시작한 것이다. 장맛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는 시위 의지를 더 결연하게 만들었다. 때마침 의정부시 고등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함께해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불만이다. 일제강점기 때 힘없는 우리 국민을 강제 노역시킨 것에 대한 사과나 반성은커녕 오히려 한국 정부의 대법원 배상 판결을 문제 삼고 있다. 독일의 전범 기업이 거듭 사죄하고, 사회공헌재단을 세우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경기도의회에서 지난 4월에 보류했던 일본 전범 기업 제품 스티커 조례가 다시 논의되고 있다. 도내 초ㆍ중ㆍ고교 주요 기자재 중 일본 전범 기업 생산품에 표식을 붙여서 자라나는 세대에게 역사의식을 심어주자는 것이다.

둘째, 위안부 합의 파기도 경제보복의 요인으로 꼽힌다. 전 정부에서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이라는 문제의 핵심을 덮고 밀실 합의가 이루어졌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흠결을 지적했으며, 위안부 합의로 만들어진 화해·치유 재단을 해산했다. 경기도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살고 있는 나눔의집이 있다. 이곳에 갈 때마다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는 어르신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끝내 그 말 한마디를 듣지 못하고 한 분씩 눈을 감고 있어 안타깝다. 당사자가 빠진 합의는 무효이기에 하루빨리 바로 잡아야 한다.

셋째, 세계무역기구(WTO)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분쟁 판결에서 패소한 데 따른 보복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본 후쿠시마와 그 주변 지역 수산물 수입 금지는 1심 판결을 뒤집은 외교적 쾌거다. 방사능 오염 수산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 정부의 당연한 의무가 아닌가.

주목할 것은 경제보복에 대응하는 우리 국민의 자세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온라인 상에서 자발적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는 슬로건 아래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지방정부 차원의 친일잔재 청산을 위한 본격적인 학술연구에 착수했고, 시ㆍ군에서는 일본 자매·우호 도시들과의 교류 일정을 취소하거나 유보했다.

시민들은 물론 학생들도 “불매운동의 목적은 싸움이 아니라 평화 유지”라며 반일 감정이 아닌 극일을 내세운 불매운동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수원 못골시장에는 ‘가지 말자 먹지 말자 사지 말자 팔지 말자’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경기도농민단체협의회는 일본제품 불매와 관광거부 운동에 돌입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경기도에는 망국의 역사, 전쟁의 역사가 남긴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도민이 많다. 경기도의회는 도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이러한 고통에 깊이 공감하며, 잘못된 역사를 바로 세우고자 노력하겠다. 전국 지방의회 최초로 평화의 소녀상을 세운 것도, 독도사랑국토사랑회라는 의원단체의 활발한 활동도 이런 맥락이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민심의 현주소다. 경기도의회는 1천350만 ‘깨어 있는 도민’과 함께 일본이 경제보복을 철회할 때까지 강력한 규탄과 단호한 대응을 해나가겠다. 그날 시위 현장에서 학생들과 함께 외쳤던 말처럼 “우리가 대한민국이다.”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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