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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 이승우 “3·1혁명 뿌리는 동학농민혁명이다”

글 원희복 선임기자 ·사진 우철훈 선임기자
[원희복의 인물탐구]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 이승우 “3·1혁명 뿌리는 동학농민혁명이다”

2019년은 1919년 3·1독립선언 100주년이다. 또한 4월 11일은 이를 통해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이다. 정부를 비롯해 관련단체는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3·1독립선언은 단순히 일제로부터 독립을 요구한 날이 아니다. 주권의 소재가 왕에게 있던 ‘대한제국’에서 국민이 주인인 ‘대한민국’을 선언한 혁명적 전환이 이뤄진 것이다. 그래서 선언이나 운동이 아닌 ‘3·1혁명’이라고 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이러한 혁명적 발상이 갑자기 튀어나왔을까. 1910년 일제에 나라를 잃고 9년 살다 보니 ‘이건 아니다’라는 각성에서 갑자기 혁명적 발상이 나왔을까. 아니다. 3·1운동은 면면히 이어온 우리 민족의 저력이 나타난 것이다. 3·1운동의 원천은 25년 전인 1894년 일어난 동학농민혁명이다.

■3·1운동의 원천은 동학농민혁명

동학농민기념관이 건립되고 서울 종로 네거리에 전봉준 동상까지 세워졌지만, 정작 동학농민혁명을 기념하는 날은 없었다. 오랜 논란 끝에 정부는 5월 11일을 동학농민혁명기념일로 정했다. 아직 최종 법안 공포를 남겨두고 있지만 우여곡절 끝에 이 기념일이 정해졌고, 2019년부터 공식 국가기념식을 가진다. 그 작업을 마친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승우 이사장(62)을 만났다.

-3·1운동의 뿌리는 동학농민혁명이라는 것이 요즘 역사학계의 대세인 것 같다.

“동학농민혁명에서 사인여천(사람 섬기기를 하늘같이 한다), 제폭구민(폭정을 제거하고 백성을 구한다), 광제창생(널리 민중을 구제한다), 보국안민(나라를 돕고 민중을 편안하게 한다) 등은 민주·평등·복지를 지향한 것이다. 여기에 반외세(반일)를 주장한 것이 바로 동학이다. 이 반봉건·반외세 정신이 25년 후 3·1운동으로 다시 살아난 것이다. 독립선언을 한 33인 중 9명이 동학교도다. 그러나 일제강점기가 이어지면서 동학은 말살되고 역사에서 지워졌다. 국내에서 활동할 수 없던 동학교도들은 만주나 연해주로 가 항일무장투쟁을 벌였다.”

-해방 후에도 동학농민혁명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해방 후 좌우 이념 대립 국면에서 동학이 재조명되지 못했다. 이후 이이화 선생 등에 의해 동학이 다시 연구되고 동학 100년을 맞은 1994년 전국 각지에 기념사업단체가 만들어져 왜곡·축소된 채 버려진 동학혁명의 역사적 의미를 복원시켰다. 마침내 2004년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고, 2010년 2월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설립됐다.”

-그런데 국가기념일 제정이 늦어진 이유가 뭔가.

“2004년 법을 만들면서 기념일을 제정했어야 하는데 정읍·고창·부안·전주 등 4개 자치단체가 서로 자신의 역사성을 강조하다 보니 14년간 표류했다. 우리 재단에서 학자들과 이들 자치단체 관계자를 모아 역사성, 상징성, 그간의 활동 세 가지를 감안해 황토현 전승일인 5월 11일(양력)로 정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기념일 선정위에서 선정했고, 입법예고를 거쳐 국무회의에서 대통령령으로 공포하면 확정된다.”

이승우 이사장이 4개 자치단체를 설득할 수 있던 것은 그가 내무부(행정안전부) 공무원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은 현재 군장대학교 총장이지만 행정고시에 합격한 관료 출신이다. 관선 순창군수와 전북 정무부지사 등을 지낸 지방행정 전문가다. 이 이사장은 지역공무원과 지역 동학관련단체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승복하겠다’는 각서까지 받았다. 여기에 역사학자인 안병욱 동학농민혁명기념일 선정위원장이 ‘우리가 돌팔매를 맞더라도 후세 사가들에게 잘 정했다는 평가를 듣자’고 한 의지도 작용했다. 14년간 표류하던 동학혁명기념일은 이렇게 정해졌다.

전북 정읍 동학농민혁명기념관에서 ‘3·1만세로 이어진 동학농민군의 함성’이라는 특별전시가 열리고 있다. / 동학농민혁명기념관 제공

전북 정읍 동학농민혁명기념관에서 ‘3·1만세로 이어진 동학농민군의 함성’이라는 특별전시가 열리고 있다. / 동학농민혁명기념관 제공

■행정고시 출신 지방행정 전문가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은 지난 11월부터 ‘3·1만세로 이어진 동학농민군의 함성’이라는 주제로 기획·특별전시를 하고 있다. 전시는 제1부 ‘함성에서 만세로’, 제2부 ‘혁명군에서 민족지도자로’, 제3부 ‘보국에서 구국으로’로 구성돼 있다. 이 전시회에는 동학농민혁명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양상을 보여주는 <동학사> 등과 민족대표 33인의 사진과 약력, 재판기록을 보여주는 <민족대표 33인 전>, <삼일운동비사> 등의 자료가 전시된다. 이 전시는 3·1운동 100주년인 내년 4월까지 계속된다.

우리 헌법 전문에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돼 있다. 최근 헌법개정 국면에서 헌법 전문에 동학농민혁명을 넣자는 주장도 적지 않게 제기됐다. 기념재단 역시 같은 입장이다. 하지만 개헌 이슈가 잦아들면서 이런 주장도 잠잠해졌다.

이 이사장은 “동학은 낡은 봉건체제를 타파하고 민주적 기본질서를 외친 측면이 소홀히 다뤄졌다”면서 “내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학술 세미나를 열고, 관련 자료를 모아 책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학농민혁명기록물에 대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2017년 문화재청이 신청대상으로 선정했다.

동학을 국민에게 쉽게 알리는 작업도 이뤄진다. 그는 “3·1운동의 정신적 원류가 동학이라는 관점에서 SBS방송에서 동학농민혁명과 전봉준의 일대기를 다룬 <우금티>를 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금티>는 일제가 ‘우금치’로 행정구역 명칭을 일본식으로 바꾸기 전 이름으로 ‘티’는 고개를 의미하는 순우리말이다. ‘뿌리 깊은 나무’를 제작한 신경수 PD와 ‘정도전’ 작가 정현민씨가 극본을 썼다. 1월에 캐스팅을 마무리하고 26부작으로 제작해 4월에 첫 방영할 예정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주된 촬영장소가 현지와 계룡산, 그리고 북의 개마고원이라는 점이다. SBS는 이와 관련해 정부와 북측과 협의를 거의 마친 상태라고 한다.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됐던 <미스터 선샤인>에서 망해가는 대한제국을 마지막까지 지킨 사람들은 국록을 먹던 유명 대신이나 양반이 아닌, 이름 모를 천민·평민들이었다. 그들은 이름이 없던 것이 아니라 기억하지, 아니 기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름을 기록하는 작업이 바로 유족 등록이다.

-동학농민혁명참여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를 운영해 유족 등록을 받고 있다. 유족으로 등록되면 어떤 혜택이 있는가.

“과거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위원회에서 접수받아 1만567명이 등록했고, 지난 9월부터 우리가 접수를 받는다. 접수된 사람은 일본군 진압·처형 명부를 확인하고, 각종 사료와 현장에 가서 유족 제삿날까지 확인해 확정한다. 유족으로 등록되어도 보상은 없고 기념공원 위령비에 이름만 새기는 것이다. 난을 일으킨 비적이 아닌, 인내천 사상을 주창한 사람으로 명예를 회복하는 작업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친 박성빈이 동학 접주였다고 한다.

“1963년 정읍에서 열린 첫 번째 동학기념식에서 기념탑을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세웠다. 백범 김구도 황해도 해주 동학 접주였다.”

-지지부진하던 동학혁명기념공원 조성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원래 이 기념공원은 국비사업이었는데, 박근혜 정권 때 지방비 부담사업으로 바뀌면서 사업 진척이 없었다. 내가 위원장으로 와서 ‘동학농민혁명을 지방사업으로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기획재정부를 다니며 중앙정부를 설득했다.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국비 지원을 약속했고, 그 약속이 지켜졌다. 연차적으로 예산이 확보돼 정읍 덕천면 동학로 일대 9만2000여평 부지에 2020년까지 마무리된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승우 이사장이 동학농민혁명기념일 제정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승우 이사장이 동학농민혁명기념일 제정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고향으로 돌아와 지역교육사업 전념

이 이사장은 1956년 전북 군산 출신이다. 부친이 숙명여대와 원광대 교수를 지낸 이종록 전 군산대 총장으로, 1994년 고향 군산에 군장대학교를 설립했다. 이 이사장은 경기고와 서울대(법대),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정책학 석사), 성균관대(박사) 등 소위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1979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청와대 행정수석 보좌관, 관선 순창군수, 교부세과장, 전북도 기획관리실장, 전북도 정무부지사, 중앙공무원 교육원장(차관급) 등 승승장구했다. 그는 행자부 내에서 ‘유력한 장관감’으로 꼽혔다.

그는 2003년 민주당 수석전문위원, 열린우리당 창당발기인 등 잠시 정치에 참여했지만 실망하고 고향으로 내려왔다. 이후 부친이 설립한 군장대 총장으로 전북도교원단체총연합회장,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 등 지역 교육사업에 매달렸다. 한편으로 녹색성장위와 새만금에 관여하다 2016년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그는 “이사장 될 때 약속한 기념공원 국비예산 확보, 자치단체를 설득해 기념일 확정,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 신청 등 세 가지를 모두 이뤘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서울 등 중앙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다 낙향해 지역사업에 몰두하는 특이한 케이스다. 여전히 그의 관심은 지역 전북이다. 전북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한국GM 철수 등으로 지역경제가 매우 어렵다. 현대중공업 철수로 근로자 1만명 정도가 일자리를 잃었다. 다행히 2년 전부터 관광붐이 불어 관광지 주변 식당은 돌아가지만 중소공장과 숙박업은 여전히 어렵다고 한다.

그는 “정부에서 3000억~4000억원을 GM 납품공장에 지원했지만 막상 공장은 일거리가 없어 멈춰 있고, 지원금은 그냥 사업주가 움켜쥐고 있는 형국”이라면서 “서비스업도 정부 지원대상에 포함시켜 지역에 돈이 돌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정부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새만금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대해 “태양광 사업은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안 된다”면서 “지역 중소공장이 가동될 수 있는 풍력발전 위주로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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