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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 최인국 조부와 김일성은 사제지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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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7-11 06:00:00 수정 : 2019-07-11 08: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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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미영 전 북한 천도교청우당 중앙위원장의 차남 최인국 씨가 북한에 영구거주하기 위해 지난 6일 평양에 도착했다고 북한 대남 선전매체 ''우리 민족끼리''가 7일 보도했다. 최씨가 평양국제비행장에 도착한 모습. 연합뉴스

 

33년 전 월북한 최덕신 전 외무부 장관의 차남 최인국(73)씨의 이번 월북으로 최 전 장관과 김일성 북한 주석과의 대화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0일 ‘재미교포 최덕신과 한 담화’(1978년 11월18일) 자료에 따르면 김 주석은 “나는 최덕신 선생이 과거(남한)와 결별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조국(북한)을 찾아온 데 대하여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최) 선생을 만나고 보니 의산 최동오선생이 생각납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선생의 모습이 최동오선생을 꼭 닮았습니다”라고 했다.

 

이 담화는 최 전 장관이 1976년 한국을 떠나 미국에 망명했다가 1986년 월북해 북한에 완전히 정착하기 전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나눈 이야기로 보인다. 김 주석은 최 전 장관을 만나 그의 아버지 최동오 선생과 자신이 화성의숙에서 사제지간이었다는 인연을 언급한다. 화성의숙은 중국 길림성에 있었던 독립군 양성을 위한 2년제 정치·군사 학교다. 김 주석은 “나는 1926년 6월 화성의숙에 입학해 숙장이었던 최동오선생한테서 배웠습니다. 나는 최 선생을 매우 존경했습니다”라고 했다. 최동오는 임시정부 국무위원을 지낸 독립운동가로 최 전 장관의 아버지, 최인국씨의 할아버지다.

 

담화에는 최 전 장관을 회유하는 듯한 발언도 있다. 김 주석은 “박정희가 자리에 올라앉은 다음 선생이 그 밑에서 일하였지만 그때 형편에서는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으리라 생각합니다”며 “나는 선생이 지난 날의 일들을 다 씻어버리고 조국통일을 위해 일하여보겠다는 새로운 결심을 가진데 대하여 높이 평가합니다. 과거는 어디까지나 과거입니다. 우리는 서로 손을 잡고 조국통일을 위하여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 전 장관은 1961∼63년까지 한국에서 외무부 장관을 지냈다.

 

이후 담화는 통일의 필요성, 북한 정권의 당위성, 체제선전, 미국에 대한 북한의 입장 등이 내용의 주를 이룬다. 김 주석은 마지막으로 최 전 장관이 미국으로 돌아가 북한의 입장을 설명해줄 것을 당부한다. 그는 “선생이 미국에 돌아가서 우리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잘 해설하면 미국사람들을 납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우리의 조국통일 위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오늘 최동오선생을 만난 심정에서 선생에게 조국통일문제와 관련한 우리당의 입장에 대해 이야기하였는데 앞으로 조국통일을 위하여 함께 손잡고 투쟁해 나갑시다”라고 말했다.

 

지난 6일 돌연 월북해 평양에 도착한 모습과 심경을 북한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월북 사실이 알려진 최인국씨는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맡았던 천도교청우당 중앙위원장 직을 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외관상 종교기관으로 보이지만 종교의 자유가 인정되지 않는 북한에서는 사실상 노동당의 관변단체로 분류된다. 최씨가 이 직을 맡게 될 경우 가족사를 바탕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도 만나게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남북 관계나 북미 관계가 미묘한 현 시점에서 최씨의 향후 천도교청우당 위원장직 임명이나 향후 행보 등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미지수다. 최씨의 월북 소식은 북한의 공식 매체에는 아직 보도되지 않았고,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를 통해서만 보도됐다. 이는 북한도 최씨의 월북이 갖는 메시지를 신경 쓰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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