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이번주 금요일(8월 2일)에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하는 ‘2차 보복’을 단행할 것이라고 한다.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한국 기업들은 2차전지 핵심 소재인 파우치 등 1115개 품목(전략물자)을 수입할 때마다 일본 정부의 건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우리 기업들은 고(高)품질 파우치 전량을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등 핵심 부품·소재의 일본 의존도가 높다. 파우치 한 품목의 조달에 문제가 생겨도 배터리뿐만 아니라 휴대폰 전기자동차 정밀화학 등 연관 산업까지 큰 차질을 빚는다. 정밀 제조용 기계, 감광성 반도체 디바이스, 정밀공업용 화학소재 등 나머지 1114개 전략물자들의 수입이 어려워지면 우리 경제와 기업들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게 뻔하다.

경제를 정치 도구로 이용한 일본 정부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사태 수습과 곤경에 처한 기업들의 애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우리 정부도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일본 정부가 치밀한 계산과 전략 속에 반도체에 이어 2차전지 디스플레이 정밀화학 등 한국 주력 산업의 목을 조여오고 있지만, 청와대와 여당은 냉정한 대응과 외교적 해결보다는 ‘죽창’ ‘국채보상운동’ ‘의병’ 등 반일·항일을 자극하는 발언으로 ‘강 대 강(强對强)’ 대결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키우지 않아 일본 부품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식으로 엉뚱하게 책임을 대기업에 돌리기도 했다.

지금 상황은 경제가 아니라 정치 논리에 의해 촉발된 것인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외교적 해결에 나서야 한다. 대중의 반일 정서를 자극하는 ‘감정풀이’는 사태를 악화시켜 피해자인 기업들의 고충만 심화시킬 뿐이다. 정부는 냉정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되 면밀한 준비를 통해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기업들과 경제의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