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은 대운하의 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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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은 대운하의 미래입니다.
- 한강을 알면 생명을 죽이는 대운하를 볼 수 있습니다.
요즘 한강에 가면 특이한 장면이 눈에 들어옵니다. 남해안의 김 양식장에서나 볼 수 있던 둥근모양의 흰색 부표들이 떠 있습니다. 여기 아주 재미있는 현수막이 부표 중앙에 세워있습니다. ‘물고기 인공 산란장’이라는 내용이지요.
'물고기 인공 산란장!' 한강에 웬 인공 산란장일까요?
물고기 인공 산란장이라니, 누가 한강에 물고기를 양식하는 것일까요?
서울 시민들이 식수로 사용하는 한강에 물이 오염되는 양식장이 들어설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이 부표와 인공 산란장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한강 철교 좌우에 인공 산란장이 있습니다.
오래전 전두환 정권 때, ‘치수(治水)’한다며 한강을 직선화하고 강변을 모두 시멘트로 발라버렸습니다. 강변 습지가 사라진 것이지요. 문제가 여기서부터 발생합니다. 수직으로 시멘트벽을 세운 덕에 물속의 물고기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4월말에서 5월초가 되면 물고기들의 산란철이 시작됩니다. 물고기 종류에 따라 6월, 7월 까지 산란기간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시멘트 제방으로 인해 한강엔 더 이상 물고기가 알을 낳을 수 있는 곳이 없게 되었습니다.
토사 유입을 막기 위해 강변을 시멘트 제방으로 쌓았습니다.
유람선이 지나가며 파랑을 일으키는데, 이때 파랑으로 인한 강변 침식을 막기 위해 시멘트 제방이 필수!
운하를 하게 될 경우 모든 강변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겠지요?
한강을 오고 가는 유람선의 모습입니다.
강변은 모두 회색 아파트로 막혀있는데, 도대체 무슨 재미로 유람을 할까요? 볼게 있어야지!
유럽과는 달리 강변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우리나라인데, 텅빈 유람선이 운하의 미래를 보여주는군요
한강에 물고기가 많이 살아갑니다. 한강에서 낚시하는 분들을 종종 만나게 되는 것은 한강에 물고기가 많음을 증명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한강에 사는 물고기들은 한강에서 태어나고 자란 녀석들이 아니라, 홍수 때 상류로부터 거센 물살에 떠내려 온 것들에 불과합니다.
한강에 물고기가 많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물고기들은 여울 근처 자갈이나, 얕은 물가 수초에 알을 낳습니다. 그런데 시멘트벽으로 둘러싸인 한강은 그 어디에서도 알을 낳을 곳을 찾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한강에 사는 물고기들이 알을 낳을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그물을 내려놓은 곳이 바로 ‘물고기 인공 산란장’입니다.
여울은 물고기들의 산란터입니다. 그러나 시멘트 제방이 만들어진 한강엔 여울이 없지요.
5월말부터 6월 중순에 민물고기 중에 가장 덩치가 큰 잉어가 산란하기 시작합니다. 잉어는 물이 얕은 강가 수초에 알을 붙입니다. 그러나 시멘트 제방으로 둘러싸인 한강엔 알을 붙일 수초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산란철이 되어 몸 안에 잔뜩 알을 품은 잉어들이 다급한 마음에 오염수가 흐르는 중랑천과 안양천으로 기어오르기 시작합니다. 몸 안의 알들이 바깥세상을 보겠다고 난리인데, 안양천 물이 좀 더럽다고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겠지요. 이때부터 목숨을 건 모험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5,6월이 되면 커다란 잉어들이 자기 몸뚱이보다 얕은 안양천 물을 거슬러 올라가느라 등지느러미를 허공에 내놓고 발버둥치는 안타까운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산란을 위해 안양천과 중랑천으로 올라오다가 갑자기 오염수가 흘러들면 알을 낳아보기도 전에 떼죽음 당하게 됩니다. 가끔 중랑천에서 물고기들이 떼죽음 되었다는 뉴스를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중랑천에 물고기들이 원래 많았던 것이 아니라, 산란철에 알을 낳기 위해 거슬러 오르다가 오염수로 인해 죽은 것입니다. (요즘 중랑천과 안양천에 물고기가 많이 살기는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작은 종류의 물고기들이고, 5.6월에 줄줄이 기어오르는 잉어들은 한강에 살다 알을 낳기 위해 올라오는 녀석들입니다.)
잉어가 알을 낳기 위해서는 이런 수초가 필요합니다.
물속 수초의 눈으로 바라본 바깥 풍경입니다.
수초가 물속에 살아가지만, 수초도 태양 빛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깊은 곳에는 살지 못합니다.
화물선이 다니는 운하가 되면 수심이 깊어지게되겠지요
그러면 이런 수초도 사라지게되고, 결국 이곳에 알을 낳는 물고기도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한강에 물은 많습니다. 고기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강변을 시멘트로 처바른 한강은 물고기들이 알을 낳을 수도 없는 죽음의 강입니다. 한강은 더 이상 생명의 강이 아니라, 그저 물이 흐르는 수로에 불과 한 것입니다.
만약 한반도 대운하를 하게 된다면, 화물선이 다니기 위해 깊은 물길을 만들어야합니다. 그러면 화물선이 지나가며 일으키는 파랑으로 인한 주변 침식을 막기 위해 반드시 강변에 시멘트 제방을 쌓아야합니다. 운하가 만들어진 대한민국의 모든 강은 더 이상 물고기들이 알을 낳을 곳을 찾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운하를 만드신 분들이 물고기가 걱정되어 한강에서처럼 운하 곳곳에 ‘ 물고기 인공 산란장’을 만들어 주실까요? 그 긴 운하에 몇 개의 인공 산란장이 필요할지 궁금해집니다.
아파트로 둘러쌓인 죽음의 한강입니다.
'물고기 인공 산란장' 건너편에 오른쪽 화살표가 있는 곳에 똑같은 인공 산란장이 있습니다.
한강에서 ‘물고기 인공 산란장’을 세 개 발견했습니다. 여의도 63빌딩 앞쪽에 하나와 건너편 용산 방향 강변에 두 개의 인공산란장이 있었습니다. 제가 알지 못하는 다른 어딘가에 또 있으리라 믿고 싶은데,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큰 한강에 얼마나 많은 물고기들이 있는데, 이 녀석들이 다 여기에 알을 낳을 수 있을까요?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더욱이 물고기들의 생태 습성 상 모든 물고기 종류가 그물에 알을 부치는 것도 아닙니다.
운하가 된다면, 대한민국의 강은 생명이 낳고 자라는 '생명의 강'이 아니라,
그저 오염수가 흐르는 수로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이 땅 금수강산, 생명의 강을 시멘트로 처바른 '죽음의 한강'처럼 만들지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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