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 아흔 아홉 골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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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산 아흔 아홉 골짜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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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심규한
수락산 아흔 아홉 골짜기 지도에는 나오지 않네 거미줄 길에 얽히면 나오질 못하지 설사 지독한 당신이 아흔 아홉 골짜기를 다 누벼도 언제나 거기 한 골짜기는 더 있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지 구미호 방귀뀌는 소리인지 알 수 없지만 청동 황동 숲 지나 비단 계곡 꿀처럼 맑은 물 천수 만수향 자욱한 게 관음보살이 목욕하는 것 같네 일찍이 수천 거사와 이인들이 그 물에 몸담그려 북적였지만 아무도 들어갈 수 없었네 그러나 산 때문에 몸살나본 사람은 알지 나무뿌리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봐야 벼락처럼 맑은 순간도 있다는 것을 기진하고 맥진한 그 순간 도끼처럼 한 세계가 열릴 수도 있다는 것을 숲 속 웬 노인이 나타나 길을 알려주었나 나비가 길잡이가 되어주고 노랑턱멧새의 노래 소리가 몸을 환히 뚫으면 어둡던 숲이 갑자기 환해진다네 제비꽃 물봉선의 인삿말이 들리는가 당신은 이미 그 집 문지방을 넘은 것이네 아, 거기엔 똥통에 머리 내밀고 세상이 미쳤다 외친 중도 있어 장기라도 한판 둘 수 있지 이 세상 저 세상 세상 따윈 솔가지에 걸어두시게 까마귀가 까악까악 울 뿐이라네 수락산 아흔아홉 골짜기 일제히 울어 천지가 요동해도 그 물이 모두 모여 한강수로 간다니 길이 궁금하거든 그대 저기 갈매기에게나 물어보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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