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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암상사께서 포덕 62년 4월 1일 가회동 자택에서 지방 두목 몇분에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지금 말하고자 하는 바는 우리 성사께서 평소에 늘 하시던 말씀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잊지 않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대신사께서는 가르침의 으뜸이 되는 뜻인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진리를 선언하시었습니다.
그래도 우리처럼 뒤에 오는 사람들이 깨닫지 못할까 염려하셔서 말씀하시기를 "여러분은 절대로 나를 믿지 말고 한울님만 믿으십시오. 여러분의 몸에 한울님을 모시었으니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을 버리고 어찌 먼 곳에서 찾으려 합니까?" 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 후에 해월신사께서는 또 다시 대신사의 으뜸 되는 가르침을 이어받으셔서 말씀하시기를 "사람 섬기기를 한울님을 섬기듯이 하라" 하시고 조상님께 제사를 지낼 때에 나를 향하여 제물을 차리는 설법을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 다음에 의암성사께서 말씀하시기를 "대신사께서는 육신이 아니라 성령으로 이 세상에 오셨다"라고 하시면서 "대신사님의 신령하신 기운을 내 마음에 정하오니 다함 없는 조화가 오늘 나에게 이르소서("神師靈氣我心定 無窮造化今日至: 신사영기아심정 무궁조화금일지)라는 진실한 간청의 글을 지으셔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시지 않았습니까?

또한 성사께서 말씀하시기를 "여러분은 스승에 대하여 숭배는 할지라도 스승에게 의뢰하지는 마시오"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세분 스승님의 가르침을 깊이 생각해보면 과연 그렇지 않습니까?

우리가 스승님들을 숭배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것은 새로운 세상에 으뜸이 되는 진리를 우리에게 전하여 주시느라고, 다시 말하면 우리 스승님들께서 다음에 이 세상을 살아갈 무수한 생명들이 잘 살아가는 길을 열어 주시느라고 그 엄청난 고난을 겪으셨으며 마침내 그분들은 그 고귀한 목숨까지 희생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그 은덕을 어찌 숭배하지 않을 수가 있으며 기념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나는 노골적으로 말합니다. 우리 스승님들이 한울님의 도에 대한 가르침을 우리에게 전해 주신 그 은덕 때문에 우리가 스승님들을 숭배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신앙을 함에 있어서 한울님의 도에 대한 가르침을 신앙하여야 올바른 신앙이라 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각각 생각하여 보십시오. 만약 우리가 믿기를 "우리의 스승님께서는 성령으로나 육신으로써 우리의 모든 희망을 어느 때인가는 모두 이루어 주실 것이다."라고 하여 스승님만 믿고 의뢰할 것 같으면 이것은 우리 성사께서 말씀하신 바 "여러분이 모두 대신사입니다. 여러분 각자가 대신사의 일을 하지 못하면 여러분 스스로의 자격을 자포자기하는 것입니다."라는 말씀의 본래의 뜻을 우리가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우리의 자격을 모두 포기할 지라도, 그리하여 스승님만 믿어서 우리의 희망을 모두 이룰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결코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마치 봄비가 아무리 만물을 잘 자라게 할 수 있다고 할지라도 뿌리가 없는 나무는 꽃을 피우게 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스승님의 덕이 아무리 두터울 지라도 자기가 구하지 않는 자에게는 복을 줄 수는 없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스승님만 믿는 것이 또 스승님만 의뢰하는 것이 옳지 못한 이유는 우리 스승님도 육신을 가지셨고 육신은 길어야 백년 밖에 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스승님이 가르치신 천도교는 길이 오만년 동안 이어갈 위대한 종교이니 우리가 천도교를 믿어야지 스승님만을 믿어서야 되겠습니까.

그래서 나는 항상 우리 성사의 이런 말씀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성사께서는 항상 말씀하시기를 "우리 교의 일반 신도들이 각각 우리 대신사께서 깨달으신 그 자리만 다같이 깨달으면 온 세상에 덕을 펴는 것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보다도 쉬운 일입니다."라고 하셨습니다. 과연 그렇습니다. 우리가 각각 대신사와 같이 깨달아서 모두 대신사와 같은 경지에 나가게 되면 세계의 모든 생명을 건지는 데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우리에게는 자신과 자각이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면 "비록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천도교를 믿지 않을 지라도 내가 있으니까 천도교는 반드시 오만 년을 갈 것이다."라는 적어도 이 정도의 자신과 자각만은 반드시 우리에게 있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천도교가 잘되고 못되는 것은 결코 우리의 스승님께 달려 있는 것이 아니요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참으로 도를 좀 닦아야 합니다. 닦아서 좀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오늘 아침에 비로소 이런 말을 하니 여러분은 들으십시오. 우리 선생님이나 나는 청수를 모시고 기도를 할 때는 언제든지 반드시 내 몸에 모시고 있는 한울님께만 기도를 하였지 결코 신사님께는 기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겠습니까. 우리가 스승님을 대하는 것은 다른 데 있지 않고 스승님들이 평생에 지니셨던 도덕적인 인격을 그대로 배우는 것이 제자로서의 의무라고 생각하였고 또 평생토록 쌓으신 공덕을 그대로 기념하는 것이 제자로서의 도리일 뿐이라고 알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종교사업을 잘하고 잘하여서 잘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자신이 모신 한울님께 빌어야 할 뿐이지 이미 당신들의 하실 일들을 다 하시고 돌아가신 스승님들께 또다시 해 달라고 비는 것은 공연히 우리의 의뢰심만 기를뿐 아무 실속이 없다고 나는 단언합니다.\n
[이 게시물은 최고관리자님에 의해 2016-01-15 17:28:47 교리/교사 토론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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