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재팔난 면피와 평지풍파 우려의 유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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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암성사님 입도 과정에 나오는 유명한 이야기가 바로 삼재팔난면피(三災八難免避)에 대한 성사님의 저항입니다. 동학을 하면「삼재팔난의 재앙을 면한다」는 입도 권유의 말에 성사님께서는 오히려「삼재팔난을 기다린다」라는 응답으로 동학참여를 거부하셨습니다. 당시의 불합리한 사회가 재앙이라도 와서 혁신적으로 빨리 합리화되기를 바라는 성사님에게는 재앙면피를 갈구하는 일반인의 귀에나 솔깃할 사유가 설득력이 없었던 것입니다.<br/><br/> 보편질서의 와해와 외세의 침입으로 사회가 온통 혼란한 그 시대에 맞선 성사님의 정의감과 동학의 실체가 잘 합치될 수 있었는데도 전달자의 잘못으로 일단 난관에 부딪쳤으나 나중에 올바로 시정되어「의암과 천도의 만남」이 이루어 졌습니다. 남들이 바라는 삼재팔난의 면피를 성사님은 바라지 않았고 남들은 편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선호한데 반하여 성사님은 불합리한 세상의 근본문제를 해결하려는 고난의 길을 택하신 것입니다.<br/><br/> 저의 책, 「천도교의 세계화」원고가 이제 마지막 정리단계 입니다. 어리석을 만큼 60년, 50년, 20년, 5년의 마디를 다 겪으면서 아직도 그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강조하고 있는 저 스스로가 어쩌면 성사님의 입도결의, 열성수도 의지와도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 생각들어 심독희자부(心獨喜自負)하고 있습니다. 몇 분에게는 목차와 원고 일부도 전하여 코멘트를 받으면서, 우리가 아는 지난 일,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 또 지금 그 일과 관련 있는 생존교인이 많은 관계로 자구 하나하나에 몹시 조심하고 있습니다. 벌써 서너 너덧 차례 단어를 부드럽게 고쳐 쓴 부분도 있습니다.<br/><br/> 그런데 엊그저께 중앙총부의 어느 동덕 한분은 이 책이 평지풍파(平地風波)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셨습니다. 아무리 한울님과 스승님을 기준으로 한 세계화 대책이라 해도 보는 이에 따라서는 이견이 있게 마련이라는 것입니다. 그렇지요. 당연한 말씀입니다. 그래서 저는 저 한 개인의 오랜 의견을 동덕님들께 다시금 간곡히 절규하는 것이라고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왜 평지풍파의 가능성을 걱정하시는지 정상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제안이 나오면 관련자가 함께 광범한 토의 과정을 거쳐 공감, 결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현대 조직사회 운영의 일반적인 절차가 아니던가요? 그렇게 하면 되는것이지 왜 풍파라 하나요. 여기에도 “비정상이 정상”인 상황적용이 불가피한 것인지 조금은 안타깝습니다.<br/><br/> 아무튼 저는 태연합니다. 그 분의 걱정은 소위 “천도교 풍토” 때문이라 하십니다. 그래서 그 동안에도 무슨 변화를 추구하기가 어려웠다고 하더군요. 글쎄요. 저의 경우는 질문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동덕들이 많이 나오셔서 같이 검토하고 협의 해 주시길 오히려 바라겠습니다. 결코 풍파가 아닙니다. 천도교 이야기를 하는데 교인 모두가 알아야 하고 이 시대의 과제라면 더구나 큰 힘이 필요한데 서로 능력껏 거들면 되지 않나요? 우리는 밝게 열어〔開明〕 심지상통(心志相通)해야 합니다.<br/><br/> 성사님께서 삼재팔난을 두려워하지 않으셨듯이 저도 평지풍파를 무서워하지 않겠습니다.「삼재팔난과 평지풍파여, 올테면 오라」하는 자세를 견지하렵니다. 제발 지금까지 그랬다는 우려스러운 평지풍파가 오기를 기다리겠습니다. 사실 평지풍파를 저는 이미 일으켜오고 있는 것입니다. 구태의연한 비정상을 “평지”로 생각하고 쇠운연속 분위기에 편승하여 생존을 지속해 오던 이제까지의 천도교 교단에 대하여, 쇠운은 그만 종식하고 성운으로 전환하자는 저의 중일변 세계화 제안, 그 자체가 바로 “풍파”인 것이 분명하지 않습니까? 시끄럽게 유치한 싸움만 하다가 이 모양까지 된터라 그저 조용하게 있는 그대로가 좋다는 기득권층의 평지풍파 우려도 이해가 가긴 합니다. 우리 개별교인/평교인은 전국신도조직인 동덕회(同德會)라도 만들어 진정 새로운 “평지”를 조성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요즈음 신인간사 잡음도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합니다.<br/><br/> 오늘은 설 명절 마지막 휴일입니다. 내일부터 각자의 일터로 가서 생업에 열중하시고 천도사업에도 박차를 가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내일 저의 책 원고 싸들고 봉황각에 가서 의암성사님 결재(決裁)를 받으려고 합니다. 그 동안 여러 보고 과정을 거쳐 심지상통 많이 했으므로 아마 “오심즉 여심”이라 말씀하실 것 같습니다. 감응하옵소서<br/><br/>- 진암 朴 永 寅 심고 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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