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내가 과연 기독교인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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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아무 생각없이 상상에 빠지기도 하는데, 내가 과연 기독교인이 될 수 있을까도 그 중 하나다.
나는 할아버지적부터 천도교인이었는데 할아버지는 평안남도 순천군 어느 교구의 교구장이셨단다. 할아버지의 그 막강한 권한(?)에 힘입어 울 아부지는 별 노력도 없이 천도교청우당 군당의 부위원장이 되셨는데 그 권세가 학교 교장 모가지를 날릴 수 있을 정도이며 소련제 모제르 권총을 소지하고 다녔다하니 당시의 천도교 교구나 관련단체의 규모를 짐작 할 수 있을것 같다.
이런 내가 기독교인이 될 수 있을까 상상을 한다니 좀 얼척 없긴 하지만 생각으로야 뭔들 못할 것인가. 하기야 나도 누구나처럼 어릴적엔 예배당에 다녔었다. 예배가 끝나면 사탕을 하나씩 나눠주는데 힘 센 형들한테 빼앗기고 울고 있으면 누군가 와서 한 움쿰 쥐어주며 달래던 기억이 새롭다. 그래선지 지금도 주기도문 정도는 술술 꿰며 웬만한 찬송가는 아무데서건 흥얼거릴 수 있다.
그럼에도 곰곰 생각해보면 어느 경우든 내가 기독교인이 되기는 어려울것 같다. 이미 환갑을 훌쩍 넘은데다 울 아부지처럼 별 노력도 없이 청년회 지부장, 청년회 중앙상임위원, 교구 교무부장, 신인간사 대표이사까지 지내며 삼사십 그 젊은 시절에 막강한 위세를 누렸던걸 떠올리면 더욱 그러하다. 이렇게 평생을 천도교인이었던 사람이 설사 기독교에 입교하여 예배당 마루에서 무릎꿇고 예배본다한들 무늬는 기독교인일지 몰라도 진정한 기독교인이 쉽겠는가.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다른 종교나 다른 일에 평생을 다 했던 분이 늘그막에 천도교에 들어온다면 과연 무늬만 천도교인이 아닌 진정한 천도교인이 될 수 있을까? 글쎄,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그리고 천도교가 그리 속좁진 않겠지만 역시 그리 쉬운일만은 아닐거라고 본다. 평생을 변함없이 지니고 있던 생각이나 습관된 마음이 짧은 시간에 바뀌는것이 그리 쉽겠는가. 더구나 별다른 교육이나 수련조차 없이.....
최근 이 지역 교구에서 평생 듣도 보도 못한 희한한 일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내 상상이 그다지 틀리지만은 않을것이란 생각이다. 교단의 일을 외부기관에 고발했던 사람들은 지금은 사라진 상제교 출신이거나 천도교 현체제를 부정했던 사람, 아니면 늘그막에 입교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행동과는 달리 법보다 도덕과 신앙심을 유난히 강조했던 사람들이다. 뿐만아니라 교구회의를 하며 성원이 되지 않았는데도 이를 지적하는 사람을 교구설립이래 최초로 욕설과 힘으로 끌어내며 감행한 사람들도 바로 이들이다.
우리 동덕님들이 묻혀있는 산이 금산에도 있는데 입구는 우리 소유가 아니다. 몇일전 추석을 맞이하여 벌초하러 갔더니 입구를 엄청나게 큰 바윗덩어리들로 막아놓아 출입금지 시켜놨고 안내 표지판이 뿌리째 뽑혀 팽개쳐진걸 확인했다. 알아보니 몇몇이 민원을 제기해서 결과적으로 긁어부스럼을 야기했다는건데 이 사람들도 바로 그들이었다. 말이 민원제기였지 압박을 하니 땅주인이 열받아서 사유재산을 지키겠다며 실력행사를 한 것이란다. 멀쩡하게 잘 다니던 길이었는데 이제 땅주인은 천도교라면 상종도 하지 않겠단다.
나는 이런 별로 유쾌하지 않은 일이 겹치는게 결코 우연일 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잘못되라고 일부러 그러진 않았으리라 굳게 믿지만, 진정한 천도교인이 아닌자들이 천도교인 행세를 하려니 이런 부스럼이 나는게 아니겠는가에까지 생각이 미친다. 지금 세상이 어찌 그리 간단하기만 하던가.
태풍이 다 밀려 올라갔는가보다. 커다란 나무 끝의 작은 나뭇잎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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