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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월신사님의 향기 ...... 최 석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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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교중앙도서관 | 2022-06-15 10:22:26

   교 수 형(絞首刑)

- 해월신사님의  향기

                                                 최석운 / 시인

남산에 올라

저 굽이쳐 흐르는 한강 쪽 남향이거나

아니면 높은 빌딩 숲의 북향이거나

이 나라 지도처럼 허리 굽은

노송의 가지하나 골라

나를 메어 단다.

 

축 늘어진 나의 시신

어디에도

신사님을 닮은 향기

한 올 피어오르지 않고

때 절고 때 절은

악취 뿐.

 

교만과 허세와 나태와 욕심이

덕지덕지 켜로 쌓인

이 육신을 치장하고,

신사님의 그늘에서

그 분의 빛나는 얼굴을 보며

그 분을 찬양하며

 

스물 한자 주문을 입에 달면,

그 분의 거룩한 향(香)

그 향의 일말(一抹)이라도

닮는 줄 알았다 나는

어리석게도 참으로 어리석게도.

 

“남산 위의 저 소나무” 가지에

바람 소슬이 불면

눈물어린 신사님 체취이듯

한울과 사람과 일체의 만유가

어우러진 지기(至氣)

그 향기 가슴 가득

깨자 깨어나자 깊은 일상에서

나의 목을 메어달고

다시는 어리석지 않기 위하여.

 

                                              해월신사 순도 100주년 추모시 (신인간 1998.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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