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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상우
댓글 0건 조회 1,929회 작성일 14-03-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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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년 말의 해라!
0 쥐가 기어오르는 것을 보고 겁도 없이 뭣 모르고 암탉이 높고 높은 푸른 기왓장 꼭대기에 날아올랐으나 뛰어내리면 두 다리가 요절나고 날아서 내리자니 날갯죽지에 힘이 없으니 이 노릇을 어찌하면 좋을꼬?!
0 앞에는 어두운 밤길에 급류 위에 걸쳐진 썩은 외나무다리 하나, 뒤에서는 무리의 횃불이 “저 ? 잡아라!”고 소리치며 뒤를 쫓아오고 있으니 외통수로 몰린 장기의 궁 꼴이고 축으로 몰리는 바둑돌의 형국이로구나!
0 그럭저럭 불통이 아닌 먹통이 되어 살 얼음판을 걷는 반년을 넘기고 7월을 맞이하니 서울, 경기, 인천, 강원, 충청을 적군의 도백들이 에워싸고, 내편이라고는 추풍령 이남뿐이나 거기도 한 두군데 구멍이 뚫렸고 추풍령 꼭대기를 호남군사가 틀어막고 있으니 내편도 원군을 보내 줄 형편이 못 되니 사면초가(四面楚歌)와 고립무원(孤立無援)이 바로 먹통의 꼴이로구나!
0 일진광풍이 휘몰아치고 밤거리에 나선 끝이 없는 촛불의 행렬이 나라 안을 훤하게 밝히니 백말이 놀라 앞발굽으로 땅을 박차고 상체를 일으키고 삼천리가 떠나가라 포효하니 지축이 흔들리고 상전과 벽해가 뒤바뀌는 괴변이 일어날 징조로구나!
0 동학(東學)이 강산을 휩쓸고 지나간지 두 갑자(2 甲子 = 120년)가 지났으니 다시 한 번 동학의 회오리바람이 휘 몰아 칠 때가 되었구나. 한 번의 실수로 족할지니 동학이 온 누리에 햇볕을 내리 쬐리라!
0 하지만 백성들이여!
때가 되었다고 볏 포기가 스스로 자라 절로 밥이 되어 목구멍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모름지기 백성들이 빼앗긴 나라의 주인자리를 되찾기 위해 열(熱)과 성(誠)을 다할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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