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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동환
댓글 0건 조회 1,901회 작성일 11-06-2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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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교당에는 궁을기만 걸어야

최동환 知菴 ․선도사.회현교구
152(2011).6.21
★ 이 글은 포덕 142(서기2001)년 신인간 11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어언 10년의 세월이 무심히 흘러 갔습니다. 천도교에는 그간 어떠한 정신적 ․ 행태적 ․ 질적 ․ 양적 변화가 있었는지 뒤돌아 볼 때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 잘 못된 것은 시정하고, 종교성을 더욱 확충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하리라고 믿으며 지금 활동중인 “천도교 교단발전연구회”에서는 「천도교 의절」에“궁을기와 태극기 게양에 대한 준칙”을 마련하여 줄 것을 권고합니다.


들어가는 말
천도교당에는 궁을기와 태극기가 언제나 펄럭인다. 참으로 보기가 좋다. 궁을기와 나란히 태극기가 게양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궁을기는 포덕46(1905)년 제작되어 포덕 47(1906)년 2월 11일 천도교중앙총부를 설치할 때 서울 종로구 다동(茶洞)에 있던 천도교당에 처음으로 게양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태극기는 언제부터, 왜 게양하게 된 것일까? 한 번쯤 깊이 생각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다. ‘신앙인의 집’인 교당에 한 나라의 국기가 게양되고 있으니 말이다.

태극기와 천도교
천도교 선열들은 포덕60(1919)년 3월 1일 독립운동 때 한 손에는 궁을기를, 또 한 손에는 태극기를 들었을 것이다. 그 이후 태극기는 지하로 사라졌다가 포덕 86(1945)년 광복의 날에 다시 궁을기와 태극기를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는 해방 후 격동의 세월이 흐르면서 민족분단 저지를 위하여 애국애족으로 단결하고자 천도교당에는 자연스럽게 궁을기와 태극기를 게양하는 전통이 생겼을 것이다.
사상적 측면에서 고찰하면, 수운대신사는 다른 종교 창시자와는 다르게 우리 나라의 장래를 매우 걱정하고 대안을 제시하였다. <포덕문(布德文)>에서 “우리 나라는 악질이 세상에 가득차서 백성들이 언제나 편안할 때가 없으니 또한 상해(傷害)의 운수요. …보국안민의 계책이 장차 어디서 나올 것인가”라고 하였고, <안심가(安心歌)>에서도 “내 나라 무슨 운수 그다지 기험할꼬”, “십이제국 다 버리고 아국운수 먼저하네”, “나도 또한 한울님께 옥새보전 봉명하네”, “개같은 왜적놈을 한울님께 조화받아 일야에 멸하고서”, “한울님이 내몸 내서 아국운수 보전하네”, <권학가(勸學歌)>에서도 “함지사지 출생들아 보국안민 어찌 할꼬”등으로 국가와 민족의 장래에 대한 걱정과 아울러 구원의 사명감을 피력하였다.
해월신사는 <개벽운수(開闢運數)>편에서 “우리 도는 우리나라에서 나서 장차 우리 나라 운수를 좋게 할 것이라. 우리 도의 운수로 인하여 우리 나라 안에 영웅호걸이 많이 날 것이니…”, “어느 때에 현도가 되겠습니까. 만국병마가 우리 나라 땅에 왔다가 후퇴하는 때이니라.”, <오도지운(吾道之運)>에서 “갑오년과 같은 때가 되어 갑오년과 같은 일을 하면 우리 나라 일이 이로 말미암아 빛나게 되어 세계인의 정신을 불러일으킬 것이니라”고 하여 우리 도의 운과 우리 나라의 운이 함께 돌아간다고 말씀하였다.

의암성사도 「명리전(明理傳)」의 <치국평천하지정책(治國平天下之政策)>에서 “우리 동포가 만약 보국안민할 계책을 잃으면 동양 대세를 반드시 안보하기 어려울 것이니 어찌 통탄하지 아니하랴”, “병력을 강하게 하는 계책은 이에
나라가 부한 가운데 있는 것이 아닌가“, 「삼전론(三戰論)」의 <서문>에서도 “보국안민과 평천하의 계책을 가히 얻어 이루리라”고 말씀하여 우리 도가 보국안민의 종교임을 명백히 하였다.

이렇게 천도교는 보국안민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 즉 우리 나라와 동양사회와 전세계를 순차적으로 살리는 광제창생론을 갖고 있는 천도교로서 보국안민 사상으로 그에 걸맞는 운동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역사적으로도 천도교는 보국안민하는 운동 전통을 면면히 이어 왔다. 창도 이후부터 천도교의 역사는 이필제의 교조신원운동, 해월신사의 교조신원운동, 동학혁명, 3․1독립운동, 문화운동, 민족통일운동 등으로 이어져 왔다. 창도140여 년 역사상 이토록 많은 보국운동과 민생민권운동을 한 종교는 일찍이 그 유래가 없다. 천도교는 이처럼 보국안민의 빛나는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으며 지금도 천도교인의 애국심은 다른 종교인이나 사회단체에 비하여 넘쳐 흐른다.

한마디로 우리 민족 고유의 홍익인간 정신을 오늘에 계승한 수운대신사로부터 비롯된 보국안민 사상과 천도의 위대한 진리를 창명한 이 나라 이 땅, 핍박받은 약소국 한반도를 거룩하게 발전시켜 지상 선경(仙境)을 먼저 만들어 보고자 태극기를 게양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상적으로나 역사 전통으로 보아 궁을기와 동격으로 태극기가 게양되고 있음이 이상할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생각하는 지혜
지금 이 시대는 분단으로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시대다. 그 와중에서 일본은 그 악랄한 군국 팽창주의를 흠모하는 세력이 다시 발흥(發興)하고 있으며, 중국과 미국, 러시아 할 것 없이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고 있는 때이기도 하다. 따라서 아직도 보국안민의 정신이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그래서 원로 교인들 중 많은 분들은 천도교가 ‘태극기’를 중시하고 또 동학혁명기념식과 같은 기념 행사에는 단상에까지 올려 놓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나아가 일체감마저 느끼는 분들이 매우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필자는 시일식을 봉행하려고 교당에 나올 때마다 궁을기와 동격으로 태극기가 나란히 나부끼는 전경에 왠지 어색함을 느낀다. 애국애족심은 당연히 가져야 할 것이고 우리 민족이 훌륭한 민족이지만 민족과 국가를 상징하는 국기와 한울님의 마음 즉 영부를 상징하는 궁을기를 동격으로 게양하는 것은 이상하다는 것이다.

이에 필자는 필자의 견해를 밝히면서, 좀더 본격적인 논의가 이어져서 바람직한 천도교 문화가 형성되기를 바란다. 다만 이것은 하나의 견해로서 제시되는 것이며, 많은 의견취합을 거쳐 공론화 되어야 할 사항임을 양지(諒知)하시기 거듭 당부하는 바이다.

첫째, 궁을기는 한울님의 마음을 상징하는 것이요 천도교를 상징하는 기이다. 천도교는 한울님의 뜻에 따라 사람을 포함한 만물 만상,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풀벌레, 미생물, 무생물까지도 본래대로 살려 내고 보존해야 하는 종교인 것이다. 천도교는 사람들을 위시한 생명들과의 관계에서 시천주 신앙, 인내천 진리로 ‘살림’의 문화를 보편화 해야 한다. 이것은 민족과 국가 차원을 뛰어넘는 인류의 최고 진리이자, 인간이 발견한 최고의 실천 이상(理想)인 것이다. 이러한 진리를 상징하는 교단의 깃발과 특정 국가를 상징하는 국기는 동격일 수가 없다.

둘째, 천도교는 바로 우리 나라가 종주국(宗主國)은 될지언정 우리 나라의 전유물일 수는 없는 세계종교이다. 의암성사는 <천도태원경(天道太元經)>에서 “교는 인류 세계를 운반하는 큰 기구니라”하시고 <천도교와 신종교>에서 “천도교는 천도교인의 사유물이 아니요 세계 인류의 공유물이니라…지역적 종교가 아니라 세계적 종교이며…”라고 세계종교임을 역설하였다.

지금까지는 궁을기와 태극기를 나란히 게양한다고 세계종교가 못될 이유는 없다는 논리가 팽배했다. 천도교가 전세계로 포덕이 되었을 때도 각 나라마다 궁을기와 그 나라의 국기를 게양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국가라는 개념을 한울님 마음과 동격으로 생각하게 하거나 그렇게 여기는 이념이다. 국가지상주의나 민족지상주의는 필연코 다른 국가, 다른 민족과 충돌을 유발한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눈으로 보고 있는 현실 세계인 것이다.

이러한 국가는 부질없이 명멸하지만 한울님 마음은 영원 무궁하다. 국가는 모든 생명을 살리는 조직으로서는 부적절한, 인류사에 있어서 과도기적 집단이다. 씨족국가, 부족국가, 민족국가, 연방국가, 국가연합의 형태로 변화하듯이 인류 문명의 변화 단계에서 나타난 하나의 공동체의 유형인 것이다. 유한성을 지닌 국가의 상징인 국기와 무한성을 갖는 궁을기와는 동격으로 게양될 수가 없는 것이다.

훗날에 궁을기와 동격으로 각 나라마다 그 나라의 국기를 게양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교회에서는 오직 궁을깃발 아래 온 생명들이 춤을 추도록 하여야 한다. 한울님 마음을 형상화한 궁을깃발은 인류의 깃발이자 지구의 깃발이요, 우주의 깃발인 것이다.

셋째, 지금은 후천개벽의 때이다. 앞으로 20~30년 사이에 통일을 한다면 그 이후엔 부강한 인내천 문화 국가를 건설하는 방향으로 나가게 될 것이다. 세계가 광통신과 컴퓨터, 인터넷 등의 혁명으로 하나로 돌아가면, 즉 외형적인 동귀일체가 되어 가면 국가는 필연적으로 지금 국가의 ‘지방자치단체’정도의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지구를 살리고, 모든 사람을 살리고, 모든 생명들을 살리기 위해서 국가는 ‘마을’처럼 소규모 공동체로서 사람을 살리는 소집단으로 되어 가야 하고, 전체 인류를 하나의 큰 사상과 하나의 조직으로 묶어 내야 한다. 이러한 동귀일체 하는 인류의 삶의 형태에서 인류의 최고 가치 체계는 바로 시천주 신앙과 인내천 진리가 되어야 한다.

그러한 미래상을 염두에 둔다면 궁을기를 휘날리며 나아갈 수는 있어도 궁을기와 태극기를 양손에 들고 나아가는 것은 어색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러한 특정 국가 우선주의로는 다양한 민족, 다양한 국가의 사람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넷째, 이와 관련하여 그 동안 천도교가 보국안민이 모든 가치 체계의 상위 개념으로 대내외적으로 자리매김되고, 또한 교인들에게도 그렇게 인식되어 온 현실을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인간적인 고뇌와 고통에 찬 사람들이 구원의 길을 찾아왔는데 ‘애국애족’을 말하고 독립운동 역사를 말해 보라. 그는 곧 지쳐서 돌아갈 것이다. 애국애족은 천도의 한 부분일 따름이다. 한울님이 대신사님에게 준 것이 무엇인가. 한울님을 위하는 법이요, 악질(惡疾)을 치유하는 법이요, 장생법이다. 막노동꾼이거나, 가난뱅이, 거렁뱅이이거나 장애자이거나 부자나 권세가이거나 그 모든 한울님을 모신 사람을 위시한 생명에게 무궁한 삶을 가르치고 그렇게 살도록 할 때 진정한 광제창생이 되고 지상낙원을 건설하는 길로 나가는 것이다.

태극기는 국가의 상징이다. 스승님들이 보국안민을 말씀했고 빛나는 역사적 전통을 갖고 있다고 해서 궁을기와 함께 태극기를 양손에 들고 나아가는 것은 부적절하다. 내면이 외양을 지배하듯이 외양 또한 내면을 구속하기 때문이다. 궁을기와 태극기를 바라보고 나를 되돌아보면 민족이나 국가를 의식하게 되고 나아가는 방향은 보국이다. 이제 우리의 의식 속에서 궁을기를 바라보고 나를 되돌아보고 인류와 뭇생명을 돌아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궁을기와 나란히 태극기를 게양하는 경우가 전연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민족사 아니 세계사적으로도 찬연히 빛나는 3.1운동을 우리는 잊을 수 없다. 세계에 유래가 없이, 서로 다른 종교인들과 총화하여 세계 평화와 인류공영의 정신을 담은 독립선언서를 앞세운 채 달려간 그 운동에서 천도교의 역할은 고갱이 같은 것이다. 이날에 어찌 태극기를 게양하지 않을 수 있으랴. 그리고 또 보국안민, 척왜양창의의 동학혁명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동학혁명기념일에 우리는 천도교당에 태극기를 휘날리게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특정 기념일을 제외하고는 교당에서 태극기를 상시게양하는 것은 재고되어야 한다.

맺는 말
스승님과 동학 선열들의 보국안민 사상과 보국안민 운동의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궁을기와 나란히 태극기를 게양하는 전통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다. 때로 자랑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은 후천개벽의 때요, 세계포덕의 때이다. 세계포덕을 향하여 나아가려 할 때 우리는 하나하나를 다시 검증해 보아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노벨평화상 수상 소감 발표회에서 우리 나라에 지고의 인권존중의 진리가 있으니 바로 ‘사인여천’이라고 했다. 김용옥 선생은 ‘단군 이래 최고의 지성인’으로 해월신사를 꼽았다. 세상은 우리의 정신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세계 포덕을 하려고 한다면 우리의 의식도 행동도 변해야 한다. 궁을기를 휘날리며 나가야 한다. 구체적으로 태극기를 내려야 할 때가 어느 때인지 그것은 현명한 교인들이 연구, 검토하고 전체 교인의 여론을 수렴하여 결정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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