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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동환
댓글 0건 조회 86회 작성일 14-07-1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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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적산에서
“친구야! 원적산으로 등산이나 가자!”
원적산은 인천시 서구 문화회관 뒤 야산이다. 해발 226미터 2시간 30분 정도의 둘레길 산책로가 있는 야트막한 산이다. 50대 후반 나이에 등산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그래! 좋지. 원적 산에 가자”
우리는 물 한 병을 사들고 원적 산에 오르기 시작하였다. 낮은 야산이라 호흡도 가쁘지 않고 한가한 겨울 숲의 고즈넉함을 느끼며 솔숲사이를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걷고 있었다.
“어떻게 나무들은 가지 끝 나뭇잎에 까지 수분을 공급하는 줄을 알고 그렇게 행할까? 참 시기하지 않아?” “ 그래! 신비한 것이 한두 가지 인줄 알아?” “저 새들 보게나. 저 새들은 나뭇가지에 둥지를 지울 줄 알지.” “누가 가르쳐 준적이 없는데 말이야” “토끼는 자기 새끼를 낳을 때 자기 가슴의 털을 뽑아 둥지를 만들고 새끼를 낳지. 그리고 새끼는 태어나자마자 엄마 젓을 빨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원래 그렇게 할 줄을 안단 말이야.”
철지난 겨울산은 그저 한가롭기만 한데 다람쥐 한 마리가 소나무 가지를 타고 건너뛰며 노는 것인지 먹이를 찾는 것인지 우리들에게로 다가 왔다. 도토리를 던져주자 주위를 살피며 다가와서 도토리를 물고 간다. 산 다람쥐는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특히나 도를 닦았다는 친구에게서는 살기를 느끼지 않는지 겁 없이 다가와선 먹이를 물고 간다. 친구는 자기 자랑을 한다. 마음의 티끌을 없애면 어린아이 마음이 되는데 이러한 상태에서는 동물도 친구와 같이 친해진다는 것이다.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주는 원래 일기(一氣)의 소산이라고 동양의 현인들은 말했다. 동학의 창시자 수운 최제우에 이르러서는 확연하게 지기(至氣)가 만물을 짓고, 만물과 더불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모든 만물이 지고한 신령을 모시고 있으니 만물은 모두 존귀한 존재로 가르친다. 공경의 정신과 행동으로 모든 만물을 대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산에 빽빽이 서있는 나무들 사이로 뛰놀고 날아다니는 다람쥐와 이름 모를 산새가 참으로 신비스럽기만 하다. 온통 숲은 신비로운 생명들이 가득한 신비스러운 동산이다. 우리가 말하며 웃고 걷는 이 모습마저도 신비스러운 모습일 게다. 이러한 근저에는 생명 즉 살아 있음으로 인하여 살아 있음을 있게 하는 원초적인 작용 즉 “본능”과 “자기복제력”이 잠재되어 있다. 자기자신을 꼭 닮은 생명을 잉태하고픈 자기복제력과 본능이야말로 지존의 존재가 모든 존재에 숨겨 논 비밀이다. 소나무도 병이 들어 수명을 다할 때에는 솔방울을 수도 없이 잉태한다. 솔방울 속의 씨앗을 많이 만들어 놓아야만 자기의 현신들이 수도 없이 태어 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소나무는 자기가 곧 임종을 맞이할 줄을 알고 있다. 그리고는 마지막 꽃을 수도 없이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한다. 얼마나 기막히고 정교한 설계인가? 알에서 태어나는 거의 대부분의 생물들은 태어날 때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온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알 껍데기를 깨트릴 줄을 안다. 거북이는 모래 속에 알을 낳고 모래로 덮는다. 그러면 냄새로 탐지하여 그 알을 찾아 먹는 동물들이 찾아 먹고 피해를 당하지 않은 거북 알에서는 거북이 태어난다. 그리고 그 거북들은 본능적으로 백사장을 지나서 물이 넘쳐나는 바다로 향한다. 이러한 앎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헤아리기 어렵다. 제비는 처마 밑에 집을 지어 놓고 신혼살림살이를 한다. 알을 낳고 알을 품어 새끼를 부화시킨다. 그리고는 철이 되면 중국강남으로 떠나간다. 중국 강남에서 한 철을 보내고 다시 봄이 되면 돌아온다. 그 집이 가난하여 먹을 것이 없어도 강남까지 먼 길을 다니면서 몇 개월간을 살았던 제비는 자기가 태어 난 집으로 다시 돌아온다. 이러한 일련의 일 들은 본능적인 앎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자기복제와 본능은 모든 생명을 대대손손 대를 이어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어느새 하늘은 회색 구름이 가득하고 회색 하늘에서는 솜털 같은 눈이 하늘하늘 춤을 추며 날린다. 한 폭의 동양화 속에 친구와 내가 있다. 우리는 눈이 날리는 산속 나뭇가지에 살포시 내려앉는 눈꽃의 경이로운 모습에 취한다. 산골짜기마다 내리는 눈발은 녹아서 나무들에게 물을 주고 남는 물들은 계곡으로 흘러 물고기들에게 먹거리와 놀이터를 제공할 것이다. 바다에 이르러서는 염도를 적절하게 만들고 항상 바다 물을 출렁이게 할 것이다. 다시 수증기로 피어올라 구름이 되고 또 비가 되어 눈이 되어 내릴 것이다. 이러한 순환이 없다면 대지는 말라붙고 생명은 다 말라 죽게 될 것이다. 순환의 고리는 참으로 오묘하다. 산야를 얼어붙게 하는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꽃이 피고 벌·나비가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저 꽃에서 이 꽃으로 날라 다니며 먹고 노는 사이 꽃들은 잉태의 즐거움 속으로 빠져 든다. 오묘한 자연의 섭리는 어느 때는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지만 어느 때는 서로가 서로 살리며 서로서로 얼싸안고 살아 있음을 노래하고 춤을 춘다. 내리는 눈을 보고 있으려니 가슴에 벅차오른다. 몇 년 전에 생명의 환희에 젖어 글을 지을 때 광경이 선하게 떠오른다.
모든 존재는 기운을 띤 신령이 있고
그 몸을 흘러나온 신령 띤 기운은
우주에 가득한 신비한 기운과 하나가 되나니
몰라도 부정해도 무시해도 원망해도 조롱해도 님의 품이요
모셔져 있는 님을 지금 잘 모시고 앞으로도 잘 모셔야 하리니
모든 존재는 존귀한 것이라네.
어찌된 일일까 내 몸에 신령 띤 기운, 기운 띤 신령이 모셔져 있다니
먼 옛날 고요 속에 공간도 시간도 없이 잠잠했어.
그리고는 공간도 시간도 별무리도 은하수도 되고, 되어 가고
해와 달이 되고 비구름이 되고
풀도 거북이도 원숭이도 사람도 되고, 되어 가고
사람이 되면서 내 모습이 잘 드러나게 된 거야
무궁 속에 무궁한 세월 흐르고 흘러
수운은 모심을 노래 부른 거야
생명이 부른 노래 중
가장 아름답고 힘찬 참되고 영원한
자기복제와 본능은 생명의 빛이다. 거기에는 약하게 태어날 수밖에 없는 유전인자도 다분히 내포되어 있지만 생명이 생명을 이어가게 하는 오묘한 것이 있다. 그렇다고 찬양할 것만은 아니다. 자기복제에는 유한한 생명으로서 한계를 극복하려고 몸부림치는 생명의 애절함이 깔려 있고, 본능속에는 절박하게 살아가야만 할 숙명과도 같은 먹이사슬의 한이 깊게 배어 있다. 무생물에서부터 미생물, 식물과 동물, 그 중에서도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 세상에 이르기 까지 영원성을 절박하게 추구하는 자기복제의 묘약과 독약 그리고 먹이사슬의 한의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늦겨울 원적산에는 순백의 하얀 눈꽃이 나뭇가지에 살포시 앉는다. 황홀하다. 친구와 나 사이에 생명의 파도는 아름답게 춤을 춘다.
포덕 155(2014). 3. 25 / 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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