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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구 천도교 표영삼 선도사 '동학'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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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004-06-09 18:39] 

“인간의 존엄성에 반하는 현실의 모순을 자각하는 한, 동학은 누군가에의해 계속 살아있을 겁니다.” 천도교 ‘포덕’ 활동에 평생을 바친 선도사 표영삼(表暎三ㆍ79) 선생은 동학연구사에서 참으로 소중한 사람이다. 그는 아무도 관심 갖지 않던 동학사적지를 30년 가까이 직접 답사하며 동학의 역사를 꼼꼼히 복원했을 뿐아니라, 동학 경전과 자료를 한결같이 성실하게 읽고 이해해 그 참뜻을 널리 가르쳐 왔기 때문이다.그가 필생의 연구 작업을 담은 ‘동학’(통나무 발행)을 최근 냈다. 동학의 창시자인 수운(水雲) 최제우(崔濟愚ㆍ1824~1864) 탄생 180주년에 맞춰올해 말까지 모두 3권으로 나올 책의 첫 권이다. 3권의 책은 수운의 탄생부터 동학의 발생과 제도화 과정을 거쳐 혁명운동, 항일투쟁 등 1904년까지 동학의 활동을 시간에 따라 되살리면서 동학사상의 진면목을 해설한다. 첫 권은 이 가운데 동학의 출발과 제도화 과정을 자세히 다뤘다.“역사도 잘 모르고, 한문에도 밝지 않고, 철학 등 사상 공부도 모자라는게 많지만 제 나름으로 ‘수운의 생각으로 돌아가자’ ‘수운과 해월의 입장에서 보자’ ‘동학사상에서 종교의 신비적인 요소를 벗기자’는 걸 기본 원칙으로 삼아 동학의 역사를 살폈습니다.” 그래서 그의 펜 끝에서는제3대 손병희 교주 때 천도교로 이름을 바꾼 동학의 역사를 복원하면서도이른바 ‘교단사’에 흔히 등장하기 마련인 신비나 과장의 요소를 찾을 수없다. 

1933년 간행된 ‘천도교 창건사’에서 수운이 1864년 음력 3월10일 대구남문 앞 개울가에 있는 관덕당 뜰에서 참형되는 장면을 ‘처음 형졸이 수차 목을 베이되 조금도 검흔(劍痕)이 없는지라 감사 이하 모든 관속들이창황실색하여 어찌할 줄을 모를 즈음에 대신사(수운)… 한참동안 무엇을묵도하시더니 태연히 형리를 향하여 이제는 안심하고 베어라 하신 후 조용히 형에 나가시니’라고 한 대목을 두고 “그런 기록이 아무 데도 없다”며 “집필자가 임의로 기록한 것이 분명하다”고 비판하는 식이다. 책이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20년 동안 그와 허물없이 지내온 역사학자 이이화씨는 “종교에 치우치지 않고 동학의 역사를 온전하게 복원한 드문 책일 것”이라고 평했다. 

평안북도 구성군 오봉면 봉덕동의 동학교인 가문에서 태어나 해방 전 황해도 전역과 평양 일대에서 포덕 활동을 펴다가 한국전쟁 중에 남으로 내려온 그가 처음부터 동학 유적지 조사에 관심을 두었던 건 아니다. “천도교교회에 자료가 있고 해서 유적지를 원로들이 다 아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해월 선생이 도를 받은 곳이 건곡이고 잡혀 간 곳이 원주 성골인 줄 이름만 알지 실제 어딘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그는 1977년 천도교 기관지인 월간 ‘신인간’ 주간을 맡으면서 혼자서 한달에 한 차례 자료를 토대로 동학 유적지 답사에 나섰다. 1861년 수운이6개월 정도 머물렀던 전북 남원의 암자 덕밀암 자리를 그 동네 94세 할아버지의 도움을 얻어 확인하는 과정 등 답사 현장의 모습이 책에 생생하게묘사돼 있다. 누구도 하지 못한 80여 차례의 이 답사가 책을 만든 동력의하나다. 

동학의 핵심 개념을 ‘다시 개벽’(병든 사회를 새롭게 고친다)과 ‘한울님’(내재적이고 되어가는 과정에 있는 신) 등으로 설명하는 그는 “수운의 과제는 저 세상이라는 허구적인 세계에 의탁하지 말고 살아있는 오늘이 현실에서 새로운 삶의 틀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몇 년 전부터는 포덕 설교도 접고 경기 양평군 자택에서 집필에 매진하고 있는 그는 “내년에는 동학사적지 CD롬을 만들기 위해 전국의 100여 곳 사적지를 다시찾아 사진 찍을 생각”이라며 열의를 보였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김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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